책상머리에 앉아 연달아 하품을 하던 늦은 오후에 G씨에게 전화가 왔다.
여자들과는 달리 이쪽 동네는 친구사이에도 구체적인 용무가 없다면 통화를 하는일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무슨일로 안하던 짓을 하나 싶었더니 대학 후배가 계곡에서 물에빠져 저세상 사람이 됐다라는 이야기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글쎄..그가 누구더라. 사실 그 후배가 누구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G씨의 말로는 나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으니 얼굴을 보면 아마 기억이 날것이라 한다. 이미 죽은자를 어찌 다시 만나보겠냐만은.
정이 많은 녀석의 성격으로 미루어 볼때 당연한 이야기지만, G씨는 이사건으로 인해 꽤나 마음이 심란했나보다. 평소 전화 한 통 안하던 녀석이 전화를 한 것을 보면말이다. 그래도 내 목소리를 들으니까 안심이 된다고 했다. (이놈은 가끔 낯간지러운 소리를 잘 하더라) 그말을 듣는 순간 퉁명스레 전화를 받은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서로 몸 조심하라는, 사람 가는거(?) 한순간이라는 농담조의 말을 건네고 소주나 한 잔 하자는 이야기로 통화를 마쳤는데, 핸드폰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후에도 기분이 영 개운치 않았다.
살다보면 가끔 이런 부고를 듣게된다. 최근 들어서는 그 빈도수가 잦아지는것 같기도 하다. 지인들을 통해 이런 소식들을 접할때마다 정말 내일은 또 어찌 될지 모르는게 사람 목숨이다-라고 새삼스레 중얼거리게 되더라. 내 나이 서른. 평균 수명을 생각해볼때 절반 가까이 살아온 셈이다. 짧다. 정말 짧다. 괜시리 억울한 마음이 들면서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어졌다.
사람이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내가 언제 생을 마칠것인지 알고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야 최소한 작별 인사라도 하고 떠날 것이 아닌가. 급작스런 이별은 떠난 사람이나 남은 사람 양측 모두에게 너무도 가혹하다. 예정된 이별도 가슴 아프긴 마찬가지 겠지만, 급작스런 작별로인해 남겨진 마음의 짐, 하지 못한말은 평생 가슴에 남아 지워지지 않을테니. 가슴에 맺힌 말 한마디가 목구멍에 걸려 한 여름밤 악몽으로 남겨지는 상상을 해보았다. 아, 눈물나게 끔찍하구나.
괜시리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전화번호부를 들여다 보고 있다.
Tag // 모두 몸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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