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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노트/글
2008/07/22 03:14
홀로 카메라와 가방 하나를 등에 업고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닐때의 일이다. 그날은 서울에서 지인을 만난후 전철을 타고 인천 으로 향하는 중 이었다. 나는 햇볕이 잘드는 자리에 앉아 그동안 먼지가 쌓인 카메라를 손질하고 있었다. 내가 별 생각없이 멍한 눈길로 고개를 돌렸을때, 전철의 문이 열리며 한 여자가 올라섰다. 아... 그녀는 누가봐도 '특이한' 사람이었다. 부채로 얼굴을 가린채 시커멓게 때가 탄 청바지 아래로 다 떨어져가는 하얀 운동화. 한 여름, 이 찜통같은 더위에 꼬질꼬질한 더플코트를 걸치고는 양손에는 결혼식에서나 쓸법한 흰색 면장갑까지 끼고있는 그녀.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 창밖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잔머리가 어지럽게 날린다. 어쩐지 비현실적인 장소에 온듯한 착각을 느낀다. 그런 그녀에게 어찌 눈길이 가지 않을 수 가 있겠는가. 나도 모르게 유심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목에걸린 낡은 카메라가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전철이 출발했다. 전철에 탄 모두가 아무런 관심이 없는척 하면서도 힐끔힐끔 곁눈질로 그녀를 살펴보곤 했다. 노약자석 맨 구석에 자리잡은 그녀는 무엇을 숨기고 싶은 것인지 얼굴을 가린 부채를 내려놓질 않는다. 하지만 부채 너머 그녀의 얼굴보다 목에 걸린 카메라에 자꾸만 눈이간다. 얼마나 오래된 물건일까? 무척이나 낡은 카메라에 달린 갈색 가죽 스트랩이 멋스럽게 느껴진다. 원래 가죽 스트랩이란 것이 일견 튼튼해 보이지만 오래 사용하면서 비나 외부의 습기등에 노출이 되어 쉽게 가죽이 상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툭'하고 끊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녀가 지닌 카메라의 그것은 유난히 아름다운 광택을 지니고 있었다.
무엇인가에 홀린듯이 한참동안 그녀를 바라보다 드디어 그녀가 지닌 카메라의 이름을 알아챘다. 야시카 fx-3라고 이름 불려지는 카메라. 최첨단 기술력이 카메라의 작은 몸통안에 집약된 요즘 같은 시대에, 그져 오래된 고물 카메라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기계이다. 아마도 그녀는 오랜 세월동안 그 작은 기계와 함께 많은 것들을 보아왔을 것이리라. 그녀는 그 작고 낡은 쇳덩어리를 통하여 지금껏 무엇을 보아왔던 것일까. 어쩌면 견디기 힘든만큼 너무 많은것을 파인더안에 우겨넣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이제는 그 어떤것도 보기 싫어진 것은 아닐까? 누군가 말하길 사진은 자신을 감추고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라 했다. 부채로 얼굴을 가린 것은 그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셈이 되는것은 아닐까? 아니, 그냥 단순히 얼굴에 흉이 있기 때문일까? 시덥지 않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그 동안에도 전철은 계속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그녀가 얼굴을 가린 부채위로 빛이 떨어지고 다시 그림자로 뒤덥혔다가 또 다시금 빛이 떨어지곤 한다. 부채에는 모 입시학원의 이름이 선명히 그려져 있다.
전철이 정지해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내리고 또 다른 누군가 전철에 올라서는. 그런 상황이 몇번이나 반복 되었을까. 여전히 나의 관심사는 그녀였다. 그녀에게 말을 걸어볼까 생각을 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질 않는다. 우유부단 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는 사이에 그녀는 문을 통해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나는 창밖으로 점점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그저 안타깝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전철이 문이 다시 닫혔다. 창밖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카메라를 공중으로 고정한채 무엇인가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흉이 있어 가렸으리라 생각했던 그녀의 얼굴은 전혀 흉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아하다고 해야 옳을것이다. 전철이 굉음을 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녀의 머리칼이 다시 바람에 어지럽게 날린다. 그녀의 낡은 더플코트가 바람에 어지럽게 날린다.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을때, 다시금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찰칵` 그녀가 시간의 조각을 붙잡아 두는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Copyrights ⓒmindview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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